국산 게임 중에 단일 작품으로 50만 장 넘게 팔린 게임이 있다.
그 게임의 제목은 '하얀 마음 백구'.
주인을 찾아 먼 거리를 달려온 진돗개 '백구'를 소재로 한
동명의 애니를 게임으로 만든 작품은
1편만 50만 장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 정도의 성공은 예상치 못했는지
갑자기 백구의 판권 문제로 법정싸움이 일어났고,
백구 게임 개발을 하청 줬던 업체에서 도로 판권을 가져가 2편을 만들고
1편을 개발했던 업체는 우리가 원조라면서 3편을 만들었다.
백구를 두고 진흙탕싸움이 벌어졌지만
어쨌든 2,3 편도 많이 팔렸다.
자 이렇게 3개의 작품이 잘 팔렸으니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가 어떤 민족이냐?
'뜬다' 싶으면 무조건 우르르 몰려가는 화끈한 민족 아니었더냐?
한국 게임계에는 갑작스러운
'댕댕이 게임' 열풍이 불기 시작한다.
진돌이, 뽀삐, 황구, 엽기황구, 차차, 블랙...
동네 온갖 누렁이들이 다 뛰쳐 나왔다.
"야 개XX 나오는 게임이 식상해? 그럼 다른 동물 데려오면 되잖아~~"
고양이, 거북이, 수달, 햄스터, 공룡,...
그야말로 동물의 왕국이 펼쳐진다.
게임 방식은 다 똑같은 플랫포머 게임에 캐릭터만 바꾼 수준. (아네모네 같은 건 수작이었지만..)
그래도 당시 초딩들은 재밌게 했다.
"아 거 판매량 시원찮네.
야 이름 좀 있는 캐릭터 좀 데려와봐~!
걔네 이름값으로 팔아보자!"
온갖 IP의 캐릭터들이 다 튀어나온 상황.
"뭐? 더 이상 쓸 캐릭터가 없어?
연예인들 데려오면 되잖아~~ 머리를 좀 써~~"
"뭐? 이제 도저히 할 게 없어?
안 되겠다. 요즘 인기 있는 만화 캐릭터 그냥 데려와.
라이선스? 우리가 언제부터 라이선스를 신경 썼어~
어차피 심의하는 사람들도 잘 몰라~~"
....
그렇게, 백구의 성공으로 촉발된
온갖 싸구려 액션 게임 발매 러시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오해와 현실
혹자는 이 게임들을 보고
"아 이래서 패키지 게임계가 망했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때는 패키지 게임계는 이미 거의 망한 상태였고,
그나마 개발력이 있는 업체들은 다 온라인게임 쪽으로 빠진 지 오래였고,
이런 싸구려 쥬얼 게임 만드는 업체 중에는
애초에 게임회사가 아닌 곳도 많았다.
하지만 당시에 초딩들은 그냥 마트에서 CD게임 하나 집어와서
집에서 붙잡고 있으면 뭘 해도 재미있었다.
그 시절 우리는 메타스코어가 몇 점인지,
게임을 만든 회사의 매출이 얼마인지,
스토어에서 몇 위 인지 따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저 게임 자체가 마냥 신기하고 즐겁던 시절...
'순수 재미'만 추구했던 시절..
그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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